본문 바로가기

요리문장수집10

동앗국을 통해 바라 본 '동아정과 ' 동앗국 여름이 되면 채소 가게 선반에 커다란 동아가 무표정으로 떡하니 누워 있는데, 나는 오랫동안 이 짙은 초록색의 비치볼 같은 채소를 피했다. 몇 번인가 여관에서 식사를 할때 안카케(전분으로 걸쭉하게 만든 국물을 끼얹은 요리)로 만든 것을 먹어보고 그 애매한 식감과 풋내 나는 풍미가 입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혐오 식품이 아니면 음식을 거의 가리지 않는 나지만, 이것만은 도저히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의 집에서 술을 마신 뒤 나온 따끈 따끈한 맑은 동앗국을 먹고 나서 동아에 완전히 매료됐다. 그게 참 맛있었다. 그때까지 먹었던 동아 요리와는 전혀 달랐다. 얄팍하게 썰었는데 단단한 식감이 있고 생강으로 맛을 낸 소박한 국이었다. 그때부터는 자주 먹곤 했는데 요즘은 얼른 여름이 되어 .. 2023. 2. 11.
복떡 백설기와 액막이떡 수수팥떡 산후 100일째 되는 날을 백일(百日)이라고 했다. 이 날은 아이의 무병장수를 빌면서 음식을 마련했다. '백(百)'에는 '많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 많ㅇ느 날을 무탈하게 살아준 아이를 위해 특별히 잔치를 여는 것이다. 흰밥, 미역국, 백설기, 수수팥떡, 인절미, 송편 등을 만들어 상에 올리지만, 백일 떡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백설기다. 백일의 백은 백설기의 백과도 통하여 백일에 특별히 백설기가 오르는 것은 어린아이의 방수를 바라는 부모의 소망이 담겨 있다. 아울러 백은 깨끗함을 뜻해 잡귀와 부정을 막는 의미도 담겨 있다. 수수팥덕은 액막이를 위해 올리는 떡이다. 출처: 한식재단, 『화폭에 담긴 한식』, 137쪽 2023. 2. 7.
여름의 무른 눈가들, 이혜미 『식탁 위의 고백들』 中 56쪽 속수무책과 엉망진창. 때로 여름은 이 두 단어를 완성하기 위한 계절 같다. 늦여름 시장에 가면 플라스틱 바구니에 쌓인 과일들을 제법 싼 가격에 만난다. 대체로 작은 산처럼 쌓아올렸거나 비닐 팩에 담겨 있지만 다치거나 멍든 과일들을 따로 모여 박스 한켱에 웅크려 있다. 여름의 밑바닥에서 짓물러가는 열매들. 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묘하게 매력 있어서 과일을 살 때면 습관적으로 떨이 과일들이 모여 있을 만한 구석을 살피곤 한다. 뭉개지고 순해지고 썩어가는 끝물. 이건 서서히 젖어가다 달게 무너지는 자리들에 대한 이야기다. 58쪽 어쩔 수 없이 끈적이고 흘러넘치는 여름 마음. 68쪽 부주의하게 들고 다닌 탓에 검은 봉지 밑으로 터진 자두의 붉은 빛이 뚝뚝 흘렀다. 이렇게 정신없이 출렁이는 마음을 만난 .. 2023. 2. 6.
껍질째 익힌 밤이 더 맛있다. -밤을 껍질째 익힌 다음 껍질을 벗기면 밤이 더 맛있다. -밤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고 비장과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으며 영양 성분이 골고루 들어 있어서 특히 유아와 회복기 환자에게 좋다. 문성희, 『문성희의 밥과 숨』 248 2023. 2. 5.
바닷물을 끓이고 졸여 소금을 만드는, 전오제염법 태양과 바람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드는 방법인 천일제염이 등장하기 전에는 화력에 의한 전오제염법이 사용되었다. 전오제염법은 진흙을 깐 염전을 조성한 다음 바닷물을 끌여들여 높은 염분을 머금은 진흙을 체를 건 통 위에 얹어 놓고 그 위에 다시 바닷물을 뿌린 고염도의 간수를 모은 다음 이를 끓여서 소금을 제조하는 방법이다. 서까래에 매단 철로 만든 소금가마에 바닷물을 부어 졸인다. 소금물을 불에 졸인다 하여 화염, 자염이라는 명칭도 있다. 한 달 중 상현과 하현 기간에 바닷물이 물러가면 염전이 만들어지는데, 이때 바닥을 써래를 매단 소를 이용하여 하루 3회씩 갈아엎고, 그 위에 바닷물을 골고루 뿌려 증발시켜 소금기가 농축된 짠 흙을 만들고, 그 짠 흙에 다시 바닷물을 부어 진한 소금물을 만든 다음 이.. 2023. 2. 5.
반달이 둥글게 떠오르네 손바닥에 굴리고 굴려 새알을 빚더니 손가락 끝으로 낱낱이 조개 입술을 붙이네 금반 위에 오뚝오뚝 세워놓으니 일천 봉우리가 깎은 듯하고 옥 젓가락으로 달아 올리니 반달이 둥글게 떠오르네 『김삿갓의 시』 >>송편의 묘사한 구절이다. 송편 빚는 모습을 이리도 생생하게 묘사를 하다니 감탄! 출처: 한식재단, 『화폭에 담긴 한식』, 92~93쪽 2023. 2. 4.
일 년 봄빛이 뱃속에 전해지누나 작은 시냇가에서 솥뚜껑을 돌에다 받쳐 흰 가루와 푸른 기름으로 두견화를 지져 쌍젓가락으로 집어먹으니 향기가 입에 가득하고 일 년 봄빛이 뱃속에 전해지누나. 『김삿갓의 시』 >>진달래화전을 먹으면 일 년 봄빛이 뱃속에 전해지다니~ 올 봄에도 진달래화전을 부쳐 먹어야 겠다. 출처: 한식재단, 『화폭에 담긴 한식』, 91~92쪽 2023. 2. 4.
달고 씩씩한 샘물이라야 한다 [술 담그는 법] 대저 술 담그는 법은 멥쌀이나 찹쌀을 백 번 씻고 찐 후에 차게 하여야 하고, 물은 샘물이나 정화수를 백 번 넘치게 끓여 식혀서 담근다. 누룩은 여러 날 햇볕에 쪼여서 술 담그면 잡맛이 없다. 또 곡식 가루나 그릇 만들 흙을 물에 풀어 휘저어서 잡물을 없애는 수비과정을 거친 물이면 더욱 좋다. 그릇 또한 깨끗이 씻어야 맛이 변하지 않는다. 찹쌀이 많으면 술맛이 시고 누룩이 많으면 맛이 쓰다. 무릇 술 만드는 데는 달고 씩씩한 샘물이라야 한다. 만일 물이 좋지 못하면 술맛이 좋지 못하다. 옛사람 말이 샘이 씩씩하면 술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고 했으니, 청명 날의 물이나 곡우 날의 물로 술을 담그면 술 빛깔이 푸르고 붉은 순색이 난다. 맛도 씩씩해서 오랫동안 놓아두어도 변치 않는다 하였다.. 2023. 2. 3.
호원숙 『엄마 박완서의 부엌,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 67쪽 입맛이 없을 때 새우젓을 넣고 호박이 투명해지고 말캉해도록 뭉근히 익히면 하나만으로 충분한 반찬이 된다. 68쪽 노각의 미끈미끈한 시원함이 목으로 잘 넘어간다고 간결하고도 맛나게 드시던 모습. 늙은 오이의 겉은 거칠거칠하고 험악한 피부를 가졌지만 속은 연둣빛 흰색을 띤 무미의 맛. 그 매력을 헤아리게 된다. 69쪽 미끈하게 잘생기고 한 손에 잡히고 싱싱한 무청이 붙어있는 것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길고 굵은 무청은 말리거나 삶아서 감무리해놓으면 긴요하게 쓸 수 있다. 잘생긴 동치미 무에 굵은 소금을 굴릴 때마다 생각나는 외할머니의 그 자연스러운 위엄과 분위기가 그립다. 비록 옛 맛이 나지는 않지만 그 감촉을 떠올리기 위해 동치미를 담근다. 70쪽 아무 맛이 없지만 곰삭은 무의 희미한 맛이 속.. 2023. 2. 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