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위의고백들1 여름의 무른 눈가들, 이혜미 『식탁 위의 고백들』 中 56쪽 속수무책과 엉망진창. 때로 여름은 이 두 단어를 완성하기 위한 계절 같다. 늦여름 시장에 가면 플라스틱 바구니에 쌓인 과일들을 제법 싼 가격에 만난다. 대체로 작은 산처럼 쌓아올렸거나 비닐 팩에 담겨 있지만 다치거나 멍든 과일들을 따로 모여 박스 한켱에 웅크려 있다. 여름의 밑바닥에서 짓물러가는 열매들. 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묘하게 매력 있어서 과일을 살 때면 습관적으로 떨이 과일들이 모여 있을 만한 구석을 살피곤 한다. 뭉개지고 순해지고 썩어가는 끝물. 이건 서서히 젖어가다 달게 무너지는 자리들에 대한 이야기다. 58쪽 어쩔 수 없이 끈적이고 흘러넘치는 여름 마음. 68쪽 부주의하게 들고 다닌 탓에 검은 봉지 밑으로 터진 자두의 붉은 빛이 뚝뚝 흘렀다. 이렇게 정신없이 출렁이는 마음을 만난 .. 2023. 2. 6.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