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쪽
입맛이 없을 때 새우젓을 넣고 호박이 투명해지고 말캉해도록 뭉근히 익히면 하나만으로 충분한 반찬이 된다.
68쪽
노각의 미끈미끈한 시원함이 목으로 잘 넘어간다고 간결하고도 맛나게 드시던 모습.
늙은 오이의 겉은 거칠거칠하고 험악한 피부를 가졌지만 속은 연둣빛 흰색을 띤 무미의 맛. 그 매력을 헤아리게 된다.
69쪽
미끈하게 잘생기고 한 손에 잡히고 싱싱한 무청이 붙어있는 것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길고 굵은 무청은 말리거나 삶아서 감무리해놓으면 긴요하게 쓸 수 있다.
잘생긴 동치미 무에 굵은 소금을 굴릴 때마다 생각나는 외할머니의 그 자연스러운 위엄과 분위기가 그립다.
비록 옛 맛이 나지는 않지만 그 감촉을 떠올리기 위해 동치미를 담근다.
70쪽
아무 맛이 없지만 곰삭은 무의 희미한 맛이 속을 가라앉힌다.
출처: 호원숙 『엄마 박완서의 부엌,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67~70쪽
>>아름다운 묘사에 읽고 읽고 또 읽게 되는 구절들:-)
<단어공부>
곰삭다:
1. 옷 따위가 오래되어서 올이 삭고 질이 약해지다.
2. 젓갈 따위가 오래되어서 푹 삭다.
3. 풀, 나뭇가지 따위가 썩거나 오래되어 푸슬푸슬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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