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상을 치르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작업실 문을 열었다.
작업대 가운데에는 다음날 잘 쓰기 위해 말끔히 씻어 얼기설기 포개놓은 그릇과 요리 도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하나 둘 제자리를 찾아 주니 작업대 귀퉁이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생강 더미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씻지 않은 생강은 겉흙이 말라 허옇게 떠있었고 기분 탓인지 모르겠으나 속도 수분을 잃어 뭔가 작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씻어 놓은 생강은 맨질하고 투명했던 껍질이 굳은살마냥 꺼칠하고 탁해져 있었다.
햇생강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모양새에 동공이 요동치고 어수선해진 마음이 재잘대기 시작했다.
‘모두 상해버린 걸까?, 이 아까운 걸 어째.’
갓난 아기의 손가락, 발가락을 세듯이 꼼꼼이 앞 뒤 돌려 가며 꼼꼼이 살펴 보고 손가락에 힘을 주어 이곳저곳을 눌러 보았다.
줄기가 맞닿아 있던 부분이 무르거나 말라있었지만 다행히 과육은 단단하고 탱글탱글했다.
*생강의 뿌리와 줄기가 맞닿은 부분은 수분이 많아 수확한지 며칠만 지나도 잘 짓무르는 편이고 수확한지 오래되면 딱딱해진다.
‘상큼한 향이 없어 졌으면 어쩌지?’
생강에 코를 박고 킁킁 댔다.
다행히, 오줌 지린내 대신 상큼한 향이 났다. 씨익- (안도의 미소)
*생강은 수확하지 오래 될 수록 상큼한 향이 날아가고 최악의 경우 오줌 지린내가 난다.
다행이다!
머리 속 분주함은 손과 발로 옮겨갔다.
슥삭슥삭
수세미로 흙을 닦아 내고
샤샤샤샤삭
칼로 껍질을 긁어냈다.
말끔히 손질한 생강은
통채로 또는 갈아서 냉동실에 저장했다.
갓 수확한 것에 비해 상태가 좋지 않아 손질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양도 많아 다 하고 나니 삭신이 쑤셨지만
일년 동안 써야 할 생강을 저장한 것만으로 뿌듯했다.
**생강을 수확시기에 저장해놓아야 하는 이유**
1. 맛과 향이 좋다.
저온 저장 기술 발달로 쌀, 사과 등 많은 농산물은 필요할 때 생물로 구매하여 먹어도 갓 수확한 것처럼 맛이 좋다. 반면, 생강은 아무리 잘 보관하더라도 수확한지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수분이 날아가면서 부드러웠던 매운맛은 쨍해지고 상큼한 맛과 향이 사라진다.
2. 값이 싸다.
생강철이 지나면 생물인 생강도 손질한 생강(깐 생강이나 갈아 얼려 파는 생강)도 값이 비싸진다. 그러므로 값이 싼 생강수확시기에 일년치 생강을 손질하여 저장해두는 것이 좋다.
**생강 저장 방법
1. 햇생강을 구매한다.
생강은 지역마다 농가마다 수확시기가 다르나 대략 10월초중순부터 11월중순까지 수확한다. 갓 캐낸 것일수록 좋으므로 농가의 수확날짜를 보고 그에 맞추어 구매하는 것이 가장 좋다.
2. 생강에 붙은 흙을 닦아 낸다.
3. 껍질을 벗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양파망에 넣고 비비거나 수세미로 문질러도 되고 칼로 긁어서 껍질을 벗긴다. 다만, 생강의 굴곡진 부분과 상한 부분은 칼을 사용하여 제거한다.
4. 냉동실에 넣는다.
이때, 쓰임에 따라 통채로 얼리거나 갈아서 넣는다. 통채로 얼릴 때에는 물기를 빼고 지퍼팩 등에 넣어 얼렸다가 필요한 만큼 빼서 사용하면 된다. 갈아서 얼리는 경우에는 믹서기 성능이 좋다면 그냥 갈거나 물을 넣어 갈린다면 물을 조금 넣고 갈아도 된다. 생강의 매운맛이 워낙 강하기때문에 사용할 때 물로 많이 희석해서 써야 하므로 물을 넣고 갈아서 얼려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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