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이 블로그에는 112개의 글이 있다. (이 글 포함 113개) 요즘 매일 2시간, 백지 앞에서 엉덩이를 뭉개서 얻은 결과다.
어떤 날은 새벽 4시, 어떤 날은 미루고 미루다가 밤 10시가 넘어서야 메모장을 펴고 백지와 마주한다.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와 함께 흩날리는 문장들을 쏟아내지만 그것들을 이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막막하고 묘연하다.
하지만 썼으니...
본다. 또 본다.
읽고 또 읽는다.
숫자로 승부가 나지 않으니 이번에는 자세히 본다. 고개를 모니터 앞으로 쭈욱 뺀다. 어깨와 등은 동그랗게 말리고 초점은 뿌옇다 못해 다시 백지가 될 기세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까지 고개를 쳐든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도망치는 대신 엉덩이를 뭉갠다.
'비공개 저장' 대신 '공개 저장'을 눌러 부끄워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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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쓰고 있다.
종이 한 장이 될지, 책 한 권이 될지
알 수 없으나
쓰겠다는 결심이 너무 단호하여
도망가고 싶은 마음조차 용기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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