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과일지

다과일지 #22 : 새벽 4시부터 6시

산파 2023. 2. 18. 06:21

맙소사, 2시간이 훌떡 지나갔다. 몇 번 씹지도 않은 떡들이 오미자국을 타고 목구멍으로 훌렁훌렁 넘어가는 떡수단처럼 말이다.

오늘은 대추에 대해 썼다. 대추에 대해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노트 한 가득 문장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느긋하고 정성껏 쓰여진 산문집을 보며 그의 말투를 흉내내어 대추에 대한 기억을 써내렸다. 쪼글쪼글한 대추의 주름을 솔로 정성껏 씻겨 주면서 할머니가 된 나를 상상해 보는 내용이다. 구부정하게 등을 말고 쭈그려 앉아 햇볕을 쬐고 있는, 묵은 대추 속살처럼 직사광선에 잘 구워진 갈색 빛깔에 아무리 불려도 펴지지 않을 것 같은 깊고 짙은 주름을 가진, 그 주름은 대추 껍질처럼 광이 나고 힘이 있어 반사광에 해를 눈부시게 하는 그런 대추 같은 할머니가 되겠다고 썼다.

이제 산보를 하러 가야 하므로 노트에 적은 대추의 주름들은 내일 새벽 4시에 이어 붙여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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