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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씩씩한 샘물이라야 한다

산파 2023. 2. 3. 01:54

[술 담그는 법]
대저 술 담그는 법은 멥쌀이나 찹쌀을 백 번 씻고 찐 후에 차게 하여야 하고, 물은 샘물이나 정화수를 백 번 넘치게 끓여 식혀서 담근다.
누룩은 여러 날 햇볕에 쪼여서 술 담그면 잡맛이 없다.
또 곡식 가루나 그릇 만들 흙을 물에 풀어 휘저어서 잡물을 없애는 수비과정을 거친 물이면 더욱 좋다.
그릇 또한 깨끗이 씻어야 맛이 변하지 않는다.
찹쌀이 많으면 술맛이 시고 누룩이 많으면 맛이 쓰다.
무릇 술 만드는 데는 달고 씩씩한 샘물이라야 한다.
만일 물이 좋지 못하면 술맛이 좋지 못하다.
옛사람 말이 샘이 씩씩하면 술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고 했으니, 청명 날의 물이나 곡우 날의 물로 술을 담그면 술 빛깔이 푸르고 붉은 순색이 난다.
맛도 씩씩해서 오랫동안 놓아두어도 변치 않는다 하였다.
또 청명이나 곡우에 강물을 퍼다가 술을 담그면 빛깔 또한 푸르고 붉으며 맛이 기이하다고 하는 것은 때에 기후를 취하는 이치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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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술 담그는 법'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세상에! 달고 씩씩한 샘물이라니.
달달한 샘물은 알 것 같은데 씩씩한 물은 어떤 물인지 상상이 어렵다.
먹으면 두려운 것도 거뜬히 할 수 있는 용기를 불러 일으키는 물인가.
요즘 익숙치 않은 일 앞에서 매일 쪼그라드는 마음과 마주하는데
달고 씩씩한 샘물을 먹으면 오랫동안 쪼그라들었던 마음도 기지개를 펼 수 있을까.



출처: 한식재단, 화폭에 담긴 한식』, 37~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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