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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흔 쌀로 만든 떡

산파 2023. 2. 3. 01:24

114쪽  

백설기

조흔 멥쌀을 가루를 만들되~

 

119쪽 

인절미

찹쌀을 조흔걸로 졍이씨서 불려서 시루에 안치고~

 

출처: 이용기,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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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방앗간에 앉아 있으면 불린 쌀을 한 소쿠리 들고 와 떡을 뽑아 달라는 어머니들을 목격한다. 새하얗고 표면은 매끄러우며 물을 먹어 통통하니 잘 불은 쌀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지만 반나절이나 불렸는데도 잘 불지 않아 퍼석퍼석하거나 누렇게 색이 변한 묵은 쌀, 벌레가 먹어 표면이 울퉁불퉁한 쌀, 곰팡이에게 잠식당한 쌀을 들고 오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버리기에 아까워 떡이라도 할 요량으로 들고 오지만 개중에는 맛없는 쌀도 떡을 하면 맛있어진다는 믿음으로 들고 오기도 한다. 

 

밥을 지어도 맛없는 쌀은 떡을 지어도 맛이 없다. 밥을 짓기 곤란할 정도라는 것은 떡을 짓기에도 곤란하다는 뜻이다. 우선, 묵거나 상한 쌀은 수분이 부족하여 물에 오래 불려도 잘 불지 않는다. 그래서 가루를 내도 곱게 나지 않고 물을 많이 줘서 떡을 쪄도 퍼석퍼석하거나 설익어서 맛이 없다.

 

재료가 신선해야 맛있는 요리가 된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그런데 고백하자면, 나 또한 떡을 직접 만들기 전에는 떡은 묵은 쌀로 만드는 것인 줄 알았다. 아마도 음식 재료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고 자랐기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곡식이 더 귀했던 시대에 쓰여진 책에도 써있지 않은가. 떡은 조흔 쌀로 만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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